그 외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

bookstory13 2025. 5. 14. 11:27

이꽃님 장편소설
문학동네
 
 


 
 
 
이번에 읽은 책은 이꽃님 작가의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입니다.
편지를 통해 시간 여행이 이루어진다는 설정을 보고 히가시노 게이고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떠올랐습니다.
처음엔 흥미로운 이야기 정도로 생각했지만, 책을 덮고 나니 가족 사랑에 대한 깊은 여운이 남네요.
단순한 시간 여행이 아니라, 편지 통이 어떻게 사랑과 이해를 이어주는지를 담은 따뜻한 이야기였습니다.


 




이 책의 주인공은 중학생 은유초등학생 은유입니다.
현재 2016년의 중학생 은유는 한 부모 가정에서 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어요.
엄마에 대한 기억은 없고, 아빠는 늘 무관심해서 은유는 엄마에 대한 궁금증과 외로움을 안고 살아갑니다.
어느 날, 은유의 아빠는 은유에게 '느리게 가는 편지'를 쓰자고 합니다. 은유는 불만이 가득한 채로 편지를 쓰지만, 그 편지는 1982년의 초등학생 은유에게 도달하게 되죠.
중학생 은유의 일주일은 초등학생 은유에게는 1년 이상이 되는 시간 차이가 나고, 그렇게 서로의 시간은 다른 속도로 흘러갑니다.
시간의 차이를 넘어서, 이 두 은유는 편지를 주고받으며 서로를 이해하고 도와주는 특별한 인연을 맺게 됩니다.
 


 



이 소설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나이를 먹는다는 것의 의미였습니다.

 

“나이를 먹는다는 건 어쩌면 다른 사람의 마음을, 감정을 이해하려고 연습하는 시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
P.175

 

 

초등학생이었던 은유는 중학생 은유가 겪고 있는 외로움과 아픔을 점차 이해하고, 그로 인해 중학생 은유를 위로하고 다독여 줍니다.
이렇게 시간이 흐르며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됩니다.
저 역시 나이를 먹으며 급했던 성격이 조금은 여유를 갖게 된 걸 느낍니다. 예전엔 작은 실수에도 짜증이 나곤 했지만, 요즘은 “그럴 수도 있지”라는 마음으로 사람들의 실수를 덜 탓하게 되었어요.
 


 

"너와 내가 사는 세계의 시간들이, 그 모든 순간들이 모여, 있는 힘껏 너와 나를 이어 주고 있었다는 걸.”
P.218

 

 

이 문장은 책의 핵심 메시지를 가장 잘 전달해 줍니다.
시간대가 달라도, 얼굴을 마주 볼 수 없더라도, 서로의 마음을 이어주는 힘은 여전히 존재한다는 사실.
이 소설은 시간과 공간을 넘어서는 사랑을 그리며, 우리가 서로를 어떻게 이어갈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그 어떤 때보다도, 사랑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깊고 강력한 연결고리임을 다시 한 번 느꼈습니다.
 


 



 

이야기는 편지를 주고받는 대화체 형식으로 전개되는데, 이는  외로움을 느끼는 은유에게 누군가 곁에서 함께해 주고, 들어주고, 응답해준다는 따뜻한 감정을 전하려는 장치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래서인지 읽는 내내 마음 한켠이 포근해졌습니다.

 

이꽃님 작가는 가족의 사랑을 섬세하고 진지하게 그려냅니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던 엄마의 사랑, 아내를 잊지 못하는 남편의 사랑, 죄책감에 시달리는 아버지의 사랑, 그리고 끝내 표현하지 못한 자식의 사랑까지—각기 다른 형태의 사랑이 소설 속에 담겨 있습니다.
사랑을 마주할 때, 독자는 어느 순간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습니다.
가족의 사랑이 얼마나 깊고 소중한지, 때로는 아프게 다가오지만 결국 안에서 우리는 위로받고 치유된다는 메시지가 뚜렷하게 전해집니다.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단순한 타임슬립 이야기가 아닙니다.
시간과 공간을 넘어 편지를 주고받으며 서로를 이해해 가는 이야기이자, 우리가 어떻게 서로를 향해 마음을 건넬 있는지를 묻는 소설입니다.
편지 통이 사랑의 연결고리가 있다는 사실을 통해, 독자는 자신이 놓치고 있었던 마음의 연결들을 다시 돌아보게 됩니다.

 


 
 
이 소설을 읽고 나면, 언젠가 누군가에게 편지를 써서 그 마음을 전하고 싶은 순간이 오지 않을까 싶어요.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는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마음을 잇는 힘이 있음을,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주는 책입니다. 🌸